필독 도서
메리 올리버_긴 호흡
사적인 기록
2023. 5. 22. 22:00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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어떻게 살아야 할 지 긴 호흡으로 들려주는 이야기

p.0
내 삶은 나의 것이다. 내가 만들었다.
그걸 가지고 내가 원하는 걸 할 수 있다.
내 삶을 사는 것. 그리고 언젠가 비통한 마음 없이 그걸
야생의 잡초 우거진 모래언덕에 돌려주는 것.
모든 시는 내 삶에 관한 것인 동시에
당신의 삶에 관한 것이고,
미래의 무수한 삶에 관한 것이다.
p.20
나는 언제 어떤 방식으로든 영감이 찾아오면 그것에 충실할 뿐이다. 내가 당신과 세 시에 만나기로 약속했는데 만일 늦는다면, 크게 기뻐하라. 내가 아예 나타나지 않는다면, 더 크게 기뻐하라.
p.22
기록은 그게 무엇이든 내가 그걸 쓴 이유가 아닌 느낌의 체험으로 나를 데려간다. 이건 중요하다. ... 내가 공책에서 포착하고자 하는 건 논평이나 생각이 아니라 그 순간이다. 그리고 완성된 시 자체에서 포착하고자 하는 것도 물론 이와 같은 경우가 아주 많다.
p.24
당신이 처음 그녀 혹은 그 - 아름다움, 그 꿈 - 당신의 삶의 인간 소용돌이를 보았을 때 당신은 멈추어, 상쾌한 공기 속에 서서, 나무처럼 숨 쉬었는가? 당신의 삶을 바꾸었는가?
p.34
p.34
돈은 우리 문화에서 힘과 같다. 결국 힘은 아무 의미도 없기 때문에 돈도 별 의미가 없다.
p.50
척추를 굴렁쇠처럼 구부리고 책을 들여다봐야 하는 긴 노동이다.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, 조금 하는 것, 진정한 노력이라는 구원적 행위의 차이를 보았다. 읽고, 그 다음엔 쓰고, 그 다음엔 잘 쓰기를 열망하는 것, 그 가장 즐거운 환경(일에 대한 열정)이 내 안에서 형태를 갖추었다.
p.53
그리고 내가 내 삶에 대한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지 않았기 때문이다. 내 삶은 나의 것이다. 내가 만들었다. 그걸 가지고 내가 원하는 걸 할 수 있다. 내 삶을 사는 것. 그리고 언젠가 비통한 마음 없이 그걸 야생이 잡초 우거진 모래언덕에 돌려주는 것.
p.66
큰뿔부엉이가 끝없는 굶주림에 끊임없이 사냥에 나서는 그 세상은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이기도 하다. 세상은 오직 하나뿐이니까.
p.69
그래도 기뻤다. 물론 우리는 물고리를 잡으러 나갔다. 그럼에도 시간은 즐겁게 흘러갔고, 우리는 물에게서 펄떡거리는 형상을 빼앗지 않은 걸 만족스러워했다. 그날 우리가 아무것도 잡지 못했다는 사실이 즐거움의 일부가 되었다. 물은 깊고, 반짝거리고, 계속 움직였다. 하늘은 맑고 높았다. 아무리 단순한 육신을 가졌을지라도 생명체에게서 마지막 한 조각 숨을 빼앗는 것보다는 느리고 긴 상념에 젖기에 더 어울리는 분위기였다.
p.72
나는 바다에서 참다랑어를 본 적이 딱 한 번 있다. 아침 햇살 저 멀리서 금빛 말 한 마리가 파도 속으로 뛰어들었다가 나왔다.
p.84
바람도 내 편이다. 나는 진흙 속에 발을 둔 하나의 돌이다. 내가 지켜보고 있는 동안 여유는 자줏빛 꽃들 옆에 눕는다. 여우는 한참이나 기러기들을 지켜보다가 어깨를 으쓱하더니 유연한 몸으로 잎사귀와 꽃 사이에서 편안한 자세를 취한다. 그리고 잠이 든다.
p.85
여름이라 황혼이 길다. 나는 물속을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본다. 그러면서 나에게 말한다. 어떤 게 나지?
p.91
나방과 물고기 알은 제자리에 있다.
내가 보는 태양들과 내가 보지 못하는 태양들도 제자리에 있다.
손으로 만질 수 있는 것도 손으로 만질 수 없는 것도 제자리에 있다.
<나 자신의 노래> 중에서
p.92
나는 시가 단지 존재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말하기 위해, 동무가 되기 위해 쓰인다는 걸 배웠다. 모든 것이 필요할 때 시는 필요한 모든 것이었다. 나는 숲으로 들어가는 그 헝클어진 미묘한 길과 배낭 속 책들의 무게를 기억한다. 나는 그 어슬렁거림과 빈둥거림을 기억한다. 휘트먼과 함께 "바지 끝을 장화 속에 집어넣고 가서 즐거운 시간을 가졌던"(<나 자신의 노래> 중에서) 경이로운 날들을 기억한다.
p.106
운명은 설령 화려한 옷을 차려입었다고 해도 잠시 스쳐 지나갈 뿐인 엑스트라처럼 무대에 등장한다.
p.115
누구든 타인의 삶에 대해 충분히 알 수 있을까? 우리는 그러기를 희망해야 한다. 하지만 위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건 무서운 일이다. 밤이 어둡다. 나는 가공할 힘을 지닌 바람의 소리를 듣는다. 한밤중의 전화벨 소리, 이해되거나 오해될 열정적인 말들을 듣는다. 나는 심장이 몸의 문간에서 긴 돌계단을 내려가 홀로 이 세상에서 나가는 걸 느낀다.
p.125
무언가를 행하고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우선 기존의 것에 마음을 빼앗기고 사로잡혀야 한다. 시를 사랑하고 시를 짓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시를 한 편을,그 다음엔 몇 편을 사랑해야만 한다. ... 우리는 호기심과 관심, 직면 그리고 모방에 의해 배운다. 그런 체험과 노력을 통해 지성과 정신은 힘을 얻고 개성을 향해 나아간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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